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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대한민국 원주민>

대한민국 원주민














대한민국 원주민 ,
최규석 지음,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8
2008.8.20

1.최규석은 언제나 숙고 한다. 만화가 이 복잡다단한 현실을, 퀘퀘한 시대의 공기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 그의 만화들은 형식을 달리할 망정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온 산물이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애니매이션 주인공들을 탈색된 대한민국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 집어넣어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이 가진 측면을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습지생태보고서>는 조금은 간접적이지만, 그 인물들은 결코 현실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2.<대한민국 원주민>에서 그는 도대체 퀘퀘한 시대 이전의 시대가 어땠는지 자신의 삶을 통해 반추하기 시작했다. 하여 이 작품은 기존에 있던 그의 문제의식에 ‘시간성’에 대한 성찰을 덧붙인 작품이다. '시간성'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이주’와 ‘정착’이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까지 포섭한다. 만화는 본격적인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인물들이 체제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 시골에서 도시로 정착하는 과정, 그 반대로 본격적인 자본주의 체제 이전의 대한민국 사람들(정확히 말하자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국민’의 정체성 조차 지니지 않았던 한반도 사람들)의 풍경과 도시로 정착하기 이전의 시골을 들여다본다.

 

3.하나의 완결된 서사의 형식을 지닌 작품이 아니라 주간지에 연재한 연재물을 모은 작품집이어서 파편적인 듯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작가가 가진 시선의 날카로움과 정서의 일관됨이 이리저리 스치듯 그려낸 듯한 풍경들을 하나로 모은다. 퀘퀘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그만큼 과거에 대한 '무비판적인' 향수로 이어질 수도 있건만 그는 현재에 대한 날선 시선을 퀘퀘한 현실 이전의 과거에도 오롯이 유지한다. 그는 시골이라는 전원적인 느낌의 단어 속에 감춰진 가부장제와 폭력과 쓰디쓴 가난을 기어코 그려낸다. 그리하여 도시와 시골이라는 쉽사리 맞물려지지 않는 두 개의 거대한 풍경 속에서 기어코 살아가는 ‘사람들’을 온전히 살려낸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갑자기, 그리고 너무 늦게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미처 제 삶의 방식을 손볼 겨를 도 없이 허우적대야 했던 대한민국 원주민‘들을 말이다.

 

4.연재물이라는 속성 때문인지, 작가 본인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살을 덧붙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작가의 일관된 작업을 기억하자면, 그런 생각은 ‘기대’로 남겨두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대한민국 원주민>을 통해 그는 공식적인 대한민국사 속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풍경을 살려냈다.  


덧. 사족을 달자면 그가 이후의 작업 속에 공식적인 대한민국사에 편입되었지만 그것을 버거워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잡아내는 것을 하면 어떨지. 도시에서 태어나 부모의 재산과 나름의 노력으로 중산층의 지위에 오른 뒤에 한층 가속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위력 덕택에 경쟁에서 밀려나 하루하루 건사하는 이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사에서 성장의 결과로 부분적으로 남았을지언정 온전히 기록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도시에 태어났고, 도시에서 자라났으며 지금도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와 내 가족의 모습이기도 하다.

http://Mrmin.egloos.com2008-08-20T01:12:500.31010

by 아스트랄라피테쿠스 | 2008/08/20 10:12 | 오늘의 영화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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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 at 2009/07/04 11:17

제목 : 박물관에 전시되어 버린 사람들 &lt;대한민국 원주..
▲ 최규석 글, 그림 (창비) 만화가 최규석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블로그와 게시판에 절찬리 스크랩되었던 패러디 만화 때문이었다. 라는 제목을 보고 아기공룡 둘리를 기대하고 클릭했다가, 임노동자가 되어버린 둘리아저씨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린 둘리, 박카스아줌마 또치와 해부용으로 팔려가는 도우너 등등 더 이상 명랑만화의 주인공이 아닌 그들이 몸으로 겪는 세상의 황량함과.....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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