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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6.16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9

용감한 기총수가 동료 승무원을 살린다는 관료들의 신화와, 사령부의 무거운 관료적 관성에 대항해서 기총좌를 없앤다는 생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장이 상당한 정치적 전투를 치러야 했다. 아마 그는 이 전투가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쨌든 천부적 관료인 부장은 본능적으로 이런 전투를 피했다. 기총좌는 폭격기에 그대로 남았고, 기총수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개죽음을 당해야 했다. (46-47)

전쟁의 막바지가 되자 그들은 히틀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도시와 사람들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싸웠던 것이다. 전쟁 초기에 그들은 싸워야 할 깨끗한 명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의 막바지에 그들에게 싸워야 할 깨끗한 명분을 제공한 것은 바로 우리였다. (65)

불행히도 사람들은 이겼을 때보다 졌을 때 교훈을 더 잘 얻는다. (68)

- 읽다만 <프리먼 다이슨, 20세기 말하다>가 눈에 띄여서 잠깐 훑어본다. 기억으로는 파인먼과 우정을 언급하던 곳까지는 읽었던 것 같다. 언젠가 도이처의 트로츠키 평전을 읽으면서 한 사람이 얼마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새삼 전율했었는데, 다이슨의 자서전인 이 책을 읽으니 20세기 초엽에 살았던 이들은 대개가 드라마틱한 삶을 산 것 같다. 물론 삶이 드라마틱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적어도 이들은 나처럼 심심풀이 땅콩으로 이런 드라마틱한 삶을 읽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읽은 페이지까지 한번 주욱 보니 주로 체크된 부분은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다. 젊은 '기술자' 다이슨은 전쟁의 끔찍함에 전율한다. 그를 더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그 전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비합리적인 일들이 죽음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폭격기에 기총좌는 사실상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 통계로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관료들은 그 통계를 묵과한채 기총좌에 기총수들을 앉힌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계속 기총수들은 죽어나간다. '개죽음'(영어로는 원래 무엇인지 모르겠다)이라는 단어 하나에 다이슨은 전쟁을 둘러싼 모든 풍경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실어나른다. 전쟁의 비참함도, 다이슨의 분노도 현재 지금 이 시공간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다이슨은 '불행히도 사람들은 이겼을 때보다 졌을 때 교훈을 더 잘 얻는다' 했지만, 이건 드라마틱한 시대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낙관인듯하다. 오늘날의 인간군상을 보면 '불행히도 사람들은 이기거나 지거나 상관없이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다' 는 말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드라마틱하지 않은 시대에 사는 자의 특권인가?  


http://Mrmin.egloos.com2009-06-16T16:07:010.31010

by Otium | 2009/06/16 01:08 | 오늘의 책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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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3/05/06 02: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Otium at 2013/06/04 14:31
그런 맥락이 있었군요. 고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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